My Website is a Shifting House Next to a River of Knowledge. What Could Yours Be?

내게 웹사이트는 지식의 강을 따라 흐르는 집이다. 당신은?


Essay by Laurel Schwulst

원문 / 번역본


글에 밑줄을 긋습니다...
  • 웹사이트란 무엇인가?

    자신이 누구고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기록하려는 사람일수록 웹사이트가 필요하다. 웹사이트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그것이 만드는 사람을 반영한다.

  • 웹사이트는 왜 필요할까?

    세계를 창조하는데 능한 예술가들은 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웹사이트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본질적으로 미완성인 상태이다.

  • 웹사이트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방 / 선반 / 식물 / 정원 / 웅덩이

  • 웹사이트는 우리가 만든다.

    클라우드 대신 웹의 개별성과 협력성을 드러내는 은유를 사용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웹을 만들기 위한 책임을 되새길 수 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집단적 욕망을 실현하는 개별적 실천이다.

  • 당신에게 웹사이트는?
나에게 웹사이트란?

독후감을 과제로 받은 재연은 그간의 경험을 되살리며 나에게 웹사이트는 어떠한 의미인지를 되짚어 보기 시작한다.

쥬니어네이버와 야후꾸러기가 즐겨찾기 첫 번째, 두 번째로 되어있던 유년 시절엔 웹사이트는 나에게 재미난 것들이 가득 찬 보물창고와도 같았다. 삼남매 중 막내였던 나는 누나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을 지켜볼수만 있었고 혼자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누나들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복잡한 가입 절차를 요구하지 않던 플래시 게임들과 누나의 계정을 빌려 플레이하던 동물농장은 텔레비전 없이 라디오만 들을 수 있던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였다. 별안간 몇 시간을 내리 앉아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몰입하던 모습은 부모님께 컴퓨터 중독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고 하루 사용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는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되었으며 나는 밤에 몰래 컴퓨터를 켜서 차단 프로그램의 허점을 찾아 혹은 어머니의 비밀번호를 유추해가며 접속할 정도로 꽤 매력적인 곳이였음이 틀림없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카페에 가보지도 못했던 시점에, 존경하던 은사님의 주도와 함께 ‘네이버 카페’를 처음 이용하게 되었으며 그곳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별안간의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소통했던 기억이 남는다. 어느새 별일 없이도 관성처럼 방문하게 된 카페는 너도나도 1등으로 출석했다고 올리던 방문록에 댓글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학년이 올라간 이후에는 다들 추억을 그리워하며 가끔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많은 과정을 거쳐 미술대학교 디자인과에 입학하게 되었고, 재연은 앞으로 어떤 기술을 주로 익혀 나의 주 도구로 삼을지 고민 끝에 코딩을 선택했고 학과 내에 코딩 소모임에 들어갔다. 어쩌다 보니 소모임 장을 맡게 되었고 갓 새내기를 벗어난 시점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웹코딩을 사람들에게 강의해야 했다. 부랴부랴 공부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웹 전시가 창궐하던 시점에 재연은 전시 웹사이트를 반강제적으로 만들게 되었고 이를 통해 웹을 익혔다. 별다른 계기가 없던 분들께는 큰 동기를 찾지 못하고 웹코딩과 관련된 지식은 머릿속에서 옅어져만 갔던 것 같다. 1년 간의 활동을 마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생각했지만 당시 나에게 코딩 수업을 들은 학우가 “저는 아직 코딩을 하나도 못 하겠어요.”라고 듣고 모종의 회의감을 느꼈다. 당시를 돌아보면 그때 나는 경험이 부족했고 미숙하고 성급했다. “웹사이트를 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떠올릴 틈이 없었다.

웹은 나에게 고통의 시간이었고 복잡한 머릿속을 혼자 외롭게 방안에서 쥐어짜는 과정이었다. 웹에 대한 기시감이 커져 나의 웹사이트를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있던 때에, 민구홍의 새로운 질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복잡한 기술로 점철되었던 웹 기술에 가장 기초적인 기술을 학습하며 영원한 베타 버전인 웹페이지를 만들고 서로 응원하던 과정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다시금 웹을 다룰 원동력을 찾게 되었다. 새로운 질서 수업을 기점으로, 다시금 작업을 이어 나갔고 현재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인턴으로 지원하여 구홍의 옆자리에서 작업을 이어 나간다. 과정에서 비공식 TA 역할을 맡기도 하고 몇 가지 일을 돕거나 구홍의 작업을 훔쳐보기도 한다.

나에게 웹사이트란 무엇일까? 경험을 되살려보며 적합한 단어를 찾아보았지만 무엇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다. 내가 웹을 해왔던 이유는 구홍이 수업에서 밝힌 조지오웰의 “나는 왜 글을 쓰는가?”의 이유와 일정 부분 비슷할 수도 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나는 왜 쓰는가」(Why I Write)에서 자신이, 나아가 작가가 글을 쓰는 동기를 단 네 가지로 정리했다. 순전한 이기심. 남들보다 똑똑해 보이고, 죽은 뒤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보복하려는 욕망.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와 적절하게 배열된 말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나누려는 욕망. 역사적 충동. 있는 그대로 본 사물이나 사건에서 발견한 진실을 후대에 전하려는 욕망. 정치적 목적.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을 통해 남들에 비해 유능하다고 뽐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는 웹 기술을 활용해 색다른 작업을 전개하는 과정이 재밌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또는 반강제적으로 익히게 된 기술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질서 수업을 듣고 나서는 생각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웹에서 외로움과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채워나갈 욕망이 자리잡았다.

이제 나에게 웹사이트는 유년 시절에 쓰던 단면 종이 달력과 같다. 스케치북이 부족하던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나는 한 달이 지나 달력의 페이지를 뜯을 때마다 기뻐했다. 달력 뒷면의 넓은 여백의 종이가 생기는 일종의 월말 이벤트와도 같았던 것 같다. 넓은 여백에 무서움을 느끼지도 않았고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을 그릴 생각에 행복했었다. 내심 월말이 어서 다가오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내 마음대로, 나의 욕망대로 채워나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원동력을 얻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자 그동안의 나의 경험이 담긴 현재 사유이다.


본 독후감의 초안은 궁극의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였다.